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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최진이 피아노 독주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든클래식 작성일21-03-22 12:22 조회7,050회 댓글0건

본문

 
최진이 피아노 독주회
Jiny Choi Piano Recital
 
 
1. 일 시 : 2021년 4월 13일 (화) 오후 8시
2. 장 소 : 금호아트홀 연세
3. 주 최 : 이든예술기획
4. 후 원 :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동문회,
독일 뮌헨 국립음대, 스위스 바젤 국립음대 동문회
5. 공연문의 : 이든예술기획 02) 6412-3053 http://www.edenclassic.co.kr
6. 티켓가격 : 전석 2만원
7. 예 매 처 : www.interpark.com 1544-1555
 
PROFILE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었나 보다.
아빠가 사주신 CD들 중에서 우연히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듣게 되었다.
첫 트랙이었던 작품 90번의 첫 곡.
 
한 사람이 마치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을 걸어가는데, 그 걸음이 몹시 처연하고 위태롭다. 때론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가도 이내 하염없이 아픈 속내를 그대로 내비친다. 잿빛 그늘이 드리울 때도, 바람이 세차게 불 때도, 햇볕이 따스한 얼굴을 내밀 때도 발걸음은 늘 일정하다. 무한히 많은 말을 담고 있는 것 같은 그 발걸음은 어느 순간부터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위를 질척거리고 있었다. 순간 세상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 정체 모를 눈물의 순간이 내가 피아니스트로서 살아야만 하는 숙명적인 이유가 되었다.
 
슈베르트에 대한 동경으로 들어선 피아니스트로서의 배움의 길에는 여러 훌륭한 스승님들이 계셨다.
 
마스터클래스를 통해서 만난 미하엘 쉐퍼 선생님은, 13년이라는 독일 체류 기간 동안 내게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처음 말을 가르치듯 음악의 언어를 한 마디, 한 마디 가르쳐주셨고, 배움과 독립심 사이에서 질풍노도처럼 ‘음악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앓던 시절에도 말없이 기다려주셨다. 쉐퍼 선생님이 보여주신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은 지금껏 내 모든 세포 하나하나 깊숙이 스며들어 한 사람으로서, 피아니스트로서, 선생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독일 뮌헨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스위스 바젤에서 루돌프 부흐빈더 선생님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은 큰 축복이자 동시에 도전이었다. 매번 공개 마스터클래스로 진행되는 레슨을 받을 때에는 같은 곡을 두 번 이상 연주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스스로 새로운 악보를 공부하고 외워서 친구들 앞에서 바로 연주해야 했기에 부담감과 압박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특히 부흐빈더 선생님의 고전 레퍼토리에 대한 가르침은 때론 한 치의 틈도 없이 엄격해서 레슨 후 혼자 눈물을 삼킬 때가 많았는데, 반면 무대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울 것을 요구하셨다. 선생님께서 스스로 그러하셨던 것처럼...
 
그때부터 엄격함과 자유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나에게는 항상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었다. 그렇게 바젤에서의 모든 과정을 마치 쓴 약이라도 삼키듯 마치고 난 후, 지금은 그때의 시간들이 얼마나 내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강인하고 독립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게끔 도와주었는지 깨닫는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늘 내 안에서 쉐퍼 선생님과 부흐빈더 선생님이 교차한다. 때론 두 선생님이 투영된 새로운 선생으로서의 자아가 희미하게나마 생성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 자아는 후학을 양성하려는 거대한 목표 대신, 오로지 음악과 사람에 관심을 둔다. 학생 개개인의 존재와 가능성과 미래를 보려 한다. 한 사람이 음악을 배우고 익히고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고자 한다.
 
때때로 국제콩쿨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었을 때, 무대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연주를 하고 내려왔을 때, 손의 통증으로 연주를 쉬어야 했을 때, 그때마다 나의 스승님들을 떠올리고, 초등학생이었던 나를 하염없이 눈물 흘리도록 만들었던 슈베르트의 음악을 떠올린다. 어제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린다. 그러면 내 영혼은 마치 마법처럼 다시 첫사랑과 호기심에 가슴 두근거리는 어린아이의 나로 되돌아간다.
 
음악은 어쩌면 내면의 깊은 우물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우물을 깊이 파서 내려가면 마침내 끝없이 흐르는 물길에 닿고, 그 샘물은 끊임없이 길어 올리면 올릴수록 마르지 않고 샘솟는다. 비록 물길에 닿기까지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을 견뎌야 하고, 뻐근한 근육통을 느끼며 굽은 등을 피고 땀을 닦아야 해도 말이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라는 물을 길어 올리기로 결심했을 때, 순조로울 것을 예상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묻고 또 물어도 답이 없다. 사랑한다고 외쳐도 돌아오는 건 메아리일 뿐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깊고 깊은 물길에 도무지 닿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행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된다.
 
쇼팽은, 라흐마니노프는... 물이다.
마침내 만지고 싶고 닿고 싶은 물이다.
2021년 4월 13일, 연주를 마주하며...
 
Pianist 최진이
-서울예고 졸업
-서울대 재학 중 도독하여 뮌헨 국립음대, 스위스 바젤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전곡 음반 발매, 알베니즈 이베리아 전곡 연주
-연세대, 숙명여대, 전남대 강사 역임
-현재 서울신학대, 예원, 서울예고, 선화예고 출강
 
PROGRAM
F. Chopin (1810-1849)
Nocturne in F major, Op. 15, No. 1
 
Fantasie in f minor, Op. 49
 
3 Mazurkas, Op. 56
No. 1 in B major, Allegro non tanto
No. 2 in C major, Vivace
No. 3 in c minor, Moderato
 
Barcarolle in F-sharp major, Op. 60
 
Intermission
 
F. Kreisler (1875-1962) - S. Rachmaninoff (1873-1943)
Liebesleid
 
S. Rachmaninoff (1873-1943)
Piano Sonata No. 2 in b-flat minor, Op. 36
Allegro agitato
Non allegro - Lento
Allegro mo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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